영자(이영옥)에게 실연당한 후,

군에 입대한 병태(손정환)는 제대를 1개월 앞두고 영자의 면회를 받는다.

영자가 돌아간 후, 그녀에게서 자신을 잊지 못했다는 편지를 받고 기뻐하지만

그녀는 이미 졸업을 2개월 앞두고 젊은 의사와 약혼하기로한 상태다.

복학 후 병태는 영자의 결혼을 막기 위해 사력을 다 하고 영자도 병태의 마음을 받아들이지만

둘사이를 오가던 그녀의 마음은 가진 것없는 병태보다 젊은 의사인 주혁에게 기운다.

병태는 절망에 빠지지만 동생의 위로를 받고

약혼식이 있던 다음날의사 주혁(한진희)을 찾아가 내기를 한다.

영자가 누구를 선택하느냐로 이미 1패인 상태에서

10층의 병원 건물에서 주혁은 엘리베이터, 병태는 계단으로 뛰어내려오기로 하는데

약간의 에피소드 때문에 병태가 이기고 마지막 게임으로 승자를 가리기로 한다.
먼저 약혼식장에 도착한 사람이 영자와 결혼하기로 한 것.

자신만만하게 승용차에서 내린 주혁보다 맨발로 뛰어 먼저 도착한 병태는

영자의 손을 잡고 약혼식장을 나선다.

이 후 병태의 졸업식날 영자는 아들, 딸 쌍둥이를 낳는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보잘 것없는 병태가 좌충우돌하다가 영자와 결혼하는 이야기인데

복학한 병태가 약혼하려는 영자를 붙잡기 위해 경쟁자와 내기를 벌이고

약혼식에서 뛰쳐나와서 도망치는 내용은 누가봐도 영화'졸업'의 오마주이다.

 

영화 '바보들의 행진'의 속편 격인 영화로

연출은 당시 천재감독을 불리우던 하길종 감독님이 하셨는데

이 영화를 끝으로 39세 젊은 나이에 요절하였다.

요즘 기준으로 따지만 다소 두서없는 연출과 스텝들의 실수들이 보이긴 하지만

그만큼 당시 충무로의 열악한 상황을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영자 역활을 맡으신 배우 이영옥님은 지금도 꿀리지 않을 만큼의 미모로 스크린을 빛내고 있었고

얄개시리즈의 이승현(병태동생 역)을 비롯하여 한진희(의사 주혁 역),

김희라(병태매형 역), 백일섭(큰형 역) 같은 분들의 젊은 시절 모습도 볼 수 있어서

깨알같은 재미를 안겨주었다.

 

영화 속에서 가장 눈에 띄였던 한 장면을 꼽자면 바로 이 장면!!

 

 

영자에게 바람맞고 비에 홀딱 젖은채로 집으로 돌아가는 병태

어느 순간 영자가 다가와 우산을 씌워주는데

그녀가 온 이유는 주혁과 약혼식 올리는 걸 알려주고

병태에게 그만 만나자고 하러 온 것 이었다.

병태는 쿨하게 영자를 보내주지만 속은 숯덩이처럼 타들어가고...

 

비내리는 가로등 불빛 밑에서 노란우산 씬순간 각인이 될 만큼의 명장면이었다.

 

이렇게 시간이 많이 지난 예전 영화를 볼때마다 느끼는 건데

'우리나라 겁나게 빨리 바뀌어 왔구나'하는 것이다.

특히 70년대말~80년대말의 10년은 그야말로 상전벽해의 시간이었던 것 같은데

요즘과 다른 교통신호체계나 자동차, 또는 생활풍속 등을 보고있으면

'아~! 저때는 저렇게 살았구나' 싶기도 하고 신기한 부분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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