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상 (The Face Reader, 2013)

 

 

 

역사에는 만약이라는게 없지만 정말 그 '만약'이 여러순간 생각나는 영화.

그게 역사적 또는 드라마적으로도.

만약 김종서가 수양을 제거하였다 하더라도

어차피 어린 단종은 권력의 싸움구도안에서 희생되었을 가능성이 컷을 것이라 생각한다.

강력한 왕권강화를 부르짓던 세조도 그것을 이루지 못했으니.

 

영화 중반 이후에 나오는 수양대군의 등장 장면은 압도적!

 

'계유정난'에 관계된 영화나 드라마, 소설등이 넘치고 넘치지만

그 사이에 김내경이라는 조선최고의 관상쟁이를 집어넣어

새로운 스토리를 축조해냈는데

그러면서도 캐릭터가 겉돌지 않고 이야기에 잘스며들어 있었다.

 

제목이 '관상'인 만큼 바스트샷이나 클로즈업샷이 많은데

배우들마다의 세밀한 표정연기들이 정말 압권이었다.

연기의 신이 빙의된듯...

 

운명을 바꾸지 못한 점에서는 '데스티네이션'시리즈를 연상하기도 했다.

 

호랑이 '김종서'와 이리 '수양대군' 사이에서

이내 선택의 순간이 다가오는데

이성적인 판단을 가지고 시대의 흐름을 읽을 수 있었다면

그것이 전통성을 훼손할 수 있고 권력이 영원하지 않음을 알고 있더라도

그저 보통의 인간들은 그런 순간들을 살아내기 위해 대세를 따르기 마련이지만

(그래서 위험을 감수하고 그 반대되는 행동을 서슴없이 하는 사람들이 대단한 것.)

내경 스스로도 역적으로 몰려 몰락한 집안의 사람이고

아들 진형의 '조부의 죄'관련 이야기를 듣고 나선

마음을 다잡고 김종서편에 서게 된다.

 

영화 속에선 내경의 라이벌로 수양대군편에 있는 책사가 한 명 나오는데

바로 그 유명한 '한명회'이다.

영화 시작할 때 자신의 목이 잘릴까 걱정하는 노인도 그다.

 

처남 팽헌에 의하여 대세를 거스르려던 모든 이들의 시도는 처참히 무너지는데

그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그런 상황에 닥치게 되었을 땐

이미 이성적으로 판단하기 힘들어지기에 심정적으로 이해는 갔다.

 

김종서가 쓰러질 땐 마치 해가 떨어지듯 카메라 워킹.

쿠데타로 삼정승을 비롯하여 자신들에게 동조하지않는 대신들, 궁궐사람들을

죽이는 장면은 마치 이리때들이 사냥하는 느낌.

 

마지막에 한명회가 내경을 찾아왔을 때 내경이 한 대사가 와닿았다.

 

파도를 만드는 건 바람인데 자기는 파도만 봤다고

바람을 타고 높이오르는 파도는 언젠가는 부서진다고

자신들과 같은 사람들이 다시 바람을 타는 시기가 올 것이라고.

 

 

P.S.) 배우 고창석이 최대감 역활로 나왔다는데 난 왜 못봤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