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응회암: 불카누스의 분노―베수비오 화산의 분출 02 천연 구리: 아이스맨과 구리의 섬 03 주석석: 카시테리데스와 청동기시대 04 경사 부정합: 태초의 흔적과 지질학적 시간의 광대함 05 화성암맥: 지구의 거대한 열기관, 마그마의 기원 06 석탄: 산업혁명의 불꽃을 일으킨 암석 07 윌리엄 스미스와 영국의 암석: 세상을 바꾼 지도 08 방사성 우라늄: 암석 속의 시계 09 콘드라이트 운석: 우주에서 온 전령―태양계의 기원 10 철-니켈 운석: 다른 행성의 핵 11 달의 기원과 월석: 초록색 치즈인가, 사장암인가? 12 지르콘: 초기 대양과 생명체―모래알 속의 증거 13 스트로마톨라이트: 시아노박테리아와 가장 오래된 생명체 14 호상 철광층: 초기 지구의 대기 15 저탁류 퇴적층: 시생대의 퇴적층과 해저 산사태 16 다이어믹타이트: 열대의 빙하와 눈덩이 지구 17 외래 암층: 방랑하는 화석과 유람하는 지괴 18 기반암: 알프레트 베게너와 대륙이동설 19 백악: 백악기의 바다와 온실 지구 20 이리듐층: 공룡의 죽음 21 천연 자석: 고마술은 어떻게 판구조론을 만들어냈는가? 22 청색편암: 섭입대의 수수께끼 23 샌앤드레이어스 변환단층: 지진이다! 24 메시나의 증발암: 지중해는 사막이었다 25 빙하표석: 시인, 교수, 정치가, 문지기, 그리고 빙하기의 발견
부록: 한국의 경관과 박물관 옮긴 이 후기 그림 출처 찾아보기
[본문 중]
화산재가 하늘을 시커멓게 뒤덮었고 20시간 동안 부석이 비처럼 쏟아졌다. 일부 사람들은 곧바로 헤르쿨라네움과 폼페이를 탈출했지만, 그대로 남은 이도 많았다. 떠나고 싶지 않은 사람뿐 아니라, 거의 3미터 높이로 쌓인 화산재와 부석 더미에 길이 막히고 항구에 배가 없어서 떠나지 못하는 사람도 있었다. 탈출도 힘들었지만 허파로 들어오는 화산재 때문에 사람도 동물도 숨조차 쉭 힘들었다. 그러나 이는 시작에 불과했다. 그다음 날, 베수비오 화산에서는 뉘에 아르당트(프랑스어로 '불타는 구름'이라는 뜻), 즉 화산 쇄설류가 뿜어져 나왔다. 화산기체와 화산재가 섞인 이 초고온(섭씨 850도 이상)의 혼합물은 시속 160킬로미터의 속도로 산비탈을 내려오면서 지나가는 길에 있는 모든 것을 태워버렸다. 그렇게 헤르쿨라네움은 수십 미터 두께의 화산 퇴적물로 덮였고, 이 퇴적물을 응회암tuff이라고 부른다. (P. 14)
즉 '키프로스의 금속 합금'이라고 불렀는데, 키프로스섬이 당시 가장 큰 구리 산지였기 때문이었다. 구리를 뜻하는 라틴어 단어인 쿠프룸cuprum은 여기서 유래했다. 훗날 연금술사들도 이 단어를 썼고, 화학에서 구리를 뜻하는 약어가 Cu인 것도 이 때문이다. 고대인들은 키프로스를 '구리 섬'이라고 생각했다. (P. 29)
흥미로운 이야기가 많지만 전문적인 이야기가 섞여있고 글로만 파악하기 힘든 부분이 많아 술술 읽히는 책은 아니다.
30만 부 기념 스페셜 에디션을 펴내며 프롤로그_ 파킨슨병이 내게 가르쳐 준 것들 Chapter 1. 30년 동안 정신분석 전문의로 일하며 깨달은 인생의 비밀 아무리 착하게 살아도 불행이 찾아올 때가 있다 완벽한 때는 결코 오지 않는 법이다 딱 한 발짝만 내디뎌 볼 것 처음은 누구나 서툴다 하나의 문이 닫히면 또 다른 문이 열린다 원하는 삶을 산다는 것의 진짜 의미 지금껏 살면서 가장 후회하는 일 해 봤자 안 될 게 뻔하다는 말부터 멈출 것 Chapter 2. 환자들에게 미처 하지 못한, 꼭 해 주고 싶은 이야기 어른으로 산다는 것에 대하여 환자들이 내게 가장 많이 한 말 과거가 현재를 지배하도록 놔두지 말 것 사랑하는 사람을 함부로 치유하려 들지 말 것 직장 선후배를 굳이 좋아하려 애쓰지 말 것 내가 열등감을 가지고도 즐겁게 사는 비결 제발 모든 것을‘ 상처’라고 말하지 말 것 늘 혼자가 편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나쁜 감정을 가졌다고 자책하는 사람들에게 Chapter 3. 내가 병을 앓으면서도 유쾌하게 살 수 있는 이유 22년간 파킨슨병을 앓으며 깨달은 것들 훨씬 더 행복해질 수 있는 나를 가로막은 것은 바로 나였다 내가 그를 용서한 진짜 이유 내 슬픔을 등에 지고 가는 친구들에 대하여 내가 충고를 잘하지 않는 까닭 남에게 휘둘리지 않고 나를 지키는 법 공부의 즐거움에 대하여 내 말에 귀 기울여 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 그 행운에 대하여 그냥 재미있게 살자고 마음먹었을 뿐이다 Chapter 4. 마흔 살에 알았더라면 더 좋았을 것들 아버지의 죽음 앞에서 나이 듦을 받아들이는 태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 나는 남편을 모르고, 남편은 나를 모른다는 사실 좋은 부모가 되려고 너무 애쓰지 말 것 때론 버티는 것이 답이다 가까운 사람일수록 해서는 안 될 것들이 있다 나는 참 가진 게 많은 사람이었다 사람을 너무 믿지 마라, 그러나 끝까지 믿어야 할 것도 사람이다 Chapter 5. 만일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 더 많은 실수를 저질러 볼 것이다 나이 듦을 두려워하지 않을 것이다 상처를 입더라도 더 많이 사랑하며 살 것이다 나는 나의 길을 걷고, 아이는 아이의 길을 걷게 할 것이다 한 번쯤은 무엇에든 미쳐 볼 것이다 힘든 때일수록 유머를 잃지 않을 것이다 어떤 순간에도 나는 나를 믿을 것이다 그리고 조용히 죽음을 맞이할 것이다
제1부 세상의 작동 원리 1장. 빅 사이클 개요 2장. 결정 요인. 부록 3장. 통화, 신용, 부채, 경제 활동의 빅 사이클 4장. 통화 가치의 변화 5장. 내부 질서와 혼란의 빅 사이클 6장. 국제 질서와 혼란의 빅 사이클 7장. 빅 사이클로 판단하는 투자
제2부 지난 500년간 세상의 작동 원리 8장. 지난 500년의 요약 9장. 빅 사이클로 본 네덜란드제국과 길더화의 부상과 쇠퇴 10장. 빅 사이클로 본 대영제국과 파운드화의 부상과 쇠퇴 11장. 빅 사이클로 본 미국과 달러화의 부상과 쇠퇴 12장. 빅 사이클로 본 중국과 위안화의 부상 13장. 미·중 관계와 전쟁
제3부 미래 14장. 미래 부록: 세계 강대국의 현 상황과 미래 전망에 대한 컴퓨터 분석 자료
용어 해설 저자 소개
[본문 중]
● 디테일에 집착하지 말고 큰 그림을 보라 (P. 27)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훨씬 많다는 점을 명심하라 (P. 29)
●어느 시대, 어느 국가에서든 부자란 부를 생산하는 수단을 가진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부를 유지하고 키우기 위해 부자들은 정치적 권력을 가진 사람들과 손잡고 공생 관계를 형성해서 법을 제정하고 강제로 집행했다. 시대와 장소를 막론하고 이와 유사한 일은 지속적으로 발생했다. (P. 36)
●장기간에 걸쳐 이러한 역학 관계가 지속되면 매우 소수의 사람만이 엄청난 부와 권력을 차지하게 되고, 그 격차가 심화되다가 불경기가 오면 가난한 취약 계층이 가장 큰 타격을 입게 된다. 나는 이러한 격차로 갈등이 고조되면 결국 내란이나 혁명이 발생하는 사이클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이런 식으로 갈등이 해소되고 새로운 질서가 형성되면 새로운 사이클이 다시 시작된다. (P. 37)
●정점에 오르면 강대국의 금융 구도가 바뀐다. 기축통화국으로서 '과도한 특권'을 누리며 더 많은 돈을 빌릴 수 있게 되어 점점 빚이 늘어난다. 이는 단기적으로는 구매력을 증가시키지만 장기적으로는 이를 감소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 (P. 62)
●장기적으로는 재정 건전성을 해치고 해당 통화의 가치가 하락한다. 즉 채무가 많아 구매력이 높을 때 국가는 강력한 것처럼 보이지만 재정 상태는 허약해진다. 제국을 유지하다 보면 발생하는 국제적인 무력 충돌에 대응하기 위한 군사력을 유지하고, 국내 과소비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국가 금융의 기초 체력을 초과하는 채무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P. 63)
●부유한 국가는 많은 저축을 한 가난한 국가로부터 자금을 빌리는데 기축통화국에 돈을 빌려주겠다는 국가가 줄어드는 기미가 보이면, 통화 보유국은 기축통화를 매입해서 보유하고 대출해 주기보다는 팔고 나가려고 한다. 이런 식으로 제국은 쇠퇴하기 시작한다. (P. 63)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거나 화폐를 대량으로 찍어내는 것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결국 화폐 가치 하락으로 인플레이션이 발생한다. 부자와 빈자의 갈등이 심해지고 소수민족 간, 종교집단 간, 인종 간 갈등이 격화된다. 정치적 극단주의가 출현하고 좌파든 우파든 포퓰리즘이 득세한다. 부자는 자신의 부와 안녕이 위협받을지 모른다고 느껴 자산과 현금을 안전하다고 생각되는 곳에 옮겨놓는다. 이러한 자산 유출로 인해 국가의 세수는 감소하고 전형적으로 자발적인 산업 공동화 현상이 나타난다. (P. 64)
●부채, 내전/혁명, 파병 전쟁, 통화에 대한 신뢰 실추 등 이 모든 것이 줄지어 발생하면 세계 질서의 변화가 눈앞에 와 있다는 신호다. (P. 66)
●실물경제와 금융경제의 관계가 혼동되듯 재화의 가격과 재화의 가치도 혼동된다. 보통 같이 움직이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동일한 것으로 오인할 수 있다. 사람들이 더 많은 돈과 신용을 갖게 되면 더 많이 지출하려고 하고 실제 지출하기 때문에 재화의 가격과 재화의 가치는 같이 움직인다. 지출이 경제적 생산을 증가시키고 재화, 서비스, 금융자산의 가격을 올리면 돈과 신용이 부를 증가시킨다고 말할 수 있다. 왜냐하면 우리가 부를 계산하는 방식으로 측정하면 이미 자산을 소유한 이들이 '더욱 부자'가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부의 증가는 2가지 이유로 인해 현실보다는 환상에 더 가깝다. 1) 신용으로 자산 가격이 오르고 생산이 증가하면 (다른 모든 조건이 동일하다면) 이를 상황해야 할 때는 그 반대 현상이 나타난다. 2) 단지 가격이 오른다고 해서 재화의 본질적 가치가 높아지지 않기 때문이다. 이렇게 생각해 보자. 만약 당신이 주택을 소유하고 있는데 정부가 많은 돈과 신용을 풀어 주택 수요가 증가해 집값이 올랐다고 하자. 하지만 당신의 집은 여전히 같은 집이다. 실제 부가 증가한 것은 아니고 계산상의 부만 늘어난 것이다. (P. 134-135)
●경제가 돌아가는 상황을 파악하는 데 있어 중요한 것은 통화와 신용을 풀면 경기가 부양되지만, 다시 거두어들일 때는 경기가 침체된다는 점이다. 이런 이유로 통화, 신용, 경제 성장이 사이클을 보이며 오르내리는 것이다. 통화와 신용을 조절하는 중앙은행은 금리와 통화량을 변화시켜 시장과 경기를 조절한다. (P. 135)
●화폐를 찍어내 부채를 구입하는 방식은 돈을 가진 사람으로부터 돈이 필요한 사람에게 이전하는 효과적인 조치로, 정치가들은 국민의 분노를 자극하는 세금 부과보다 이 방법을 더 선호한다. 이것이 중앙은행이 항상 화폐를 찍어내 가치를 떨어뜨리는 이유다. 정부가 돈을 찍어내 부채를 인수하면 돈과 부채의 가치는 떨어지는데, 이것은 기본적으로 이를 소유한 사람에게 세금을 부과하여 돈을 빌린 사람이 유리해지는 것과 마찬가지의 효과가 있다. 현금과 채권자산 보유자들이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게 되면 자신의 채권자산을 팔고 돈을 빌려 상환 부담이 적은 다른 채권자산으로 갈아타려 한다. 금, 특정 유형의 주식, 이런 문제가 없는 다른 국가로 자신의 부를 이전시킨다. 이런 시기에 중앙은행은 화폐 발행과 직접 또는 간접적인 방식을 통해 채권자산을 인수하는 한편, 인플레이션 헤지 자산, 대안 화폐, 역외로 자산이 유출되는 것을 금하는 조치를 취했다. (P. 146)
●많은 사람이 화폐는 영원하며 '현금'은 가장 안전한 자산이라고 믿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 모든 화폐는 가치가 하락하다 결국 소멸한다. 이런 사태가 발생하면 현금과 채권(나중에 현금을 받는다는 약속 증서)은 가치가 하락하고 결국 시장에서 사라진다. (P. 147)
●지나치게 많은 불태환 화폐를 찍어내면 채권자산의 매각과 앞서 설명한 '뱅크런'이 발생하게 된다. 그 결과 돈과 신용의 가치는 하락하고 해당 통화와 부채를 버리고 다른 것으로 갈아타려고 한다. (P. 149)
●통화 가치 하락과 채무불이행이 너무 심해져 통화와 신용 제도가 붕괴되면 정부는 어떤 형태든 경화를 도입해서 부의 저장 수단으로서 통화에 대한 신뢰를 다시 구축하려 한다. 복습하자면 미상환 부채가 별로 없는 장기 부채 사이클 초기에는 수익을 창출하는 채권자산을 보유하는 것이 유리하다. 그러나 미상환 부채가 많아지고 통화 가치가 하락하는 사이클 후반부에는 수익률이 높다고 해도 채권자산을 보유하는 것이 위험하다. (P. 150)
●자산 가치가 통화와 신용 가치의 역수이고(즉 통화와 신용이 저렴할수록 자산 가격은 더 비싸진다), 통화 가치는 기존 통화량의 역수라는 점을 알게 되었다. 따라서 중앙은행이 통화와 신용을 많이 창출하고 통화를 더 저렴하게 만들 땐 더 공격적으로 자산을 소유하는 것이 현명한 대처 방법이다. (P. 393)
●1971년에 중국과 미국이 관계 구축으로 이득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이 분명해지자, 양국은 관계 구축을 위한 회담을 제안했다. 닉슨과 저우언라이는 외교 섬영인 상하이 코뮈니케에 서명했다. 이 성명에서 미국은 "대만해협을 사이에 둔 모든 중국인이 하나의 중국만이 존재하고 대만은 중국의 일부라고 하는 주장을 인지한다"라고 선언했다. (P. 454)
●지구 온난화가 현재 일어나고 있고, 앞으로 극심해질 것이며,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비용을 초래할 것이라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주목해야 할 점은 지구 온난화가 더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1970 ~ 2020년 사이에 환경 사건은 연간 50건 미만에서 연간 200건으로 늘어났고 지금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P. 557)
순환론적이고 한정적인 역사관이 보이고 본인이 만들어낸 이론에 역사적인 사건을 끼워맞춰 해석하는 경향이 있지만
댄디, 현실을 직시하다 서울, 사는 게 참 힘들다 당신은 지금 어디로 향하고 있습니까? 남자 마흔, 뽀로로보다 못한 내 인생 섹스리스가 된 너에게 내 아내가 결혼했다, 홈쇼핑과 댄디의 안경, 세상의 기준을 재검토하다 인생의 패자부활전을 꿈꾸며 댄디, 유행의 희생자가 되지 마라
댄디, 삶을 책임지다 마흔 살, 몸에 눈뜨다 남자여, 줄 서는 법을 배워라 기적을 부르는 그림 결혼, 일 년생 풀들의 노래 머리카락을 빗으며 마음의 결을 가지런히 댄디의 자녀교육, 밀당이 필요해 인생이란 가방에 담아야 할 것들 성형은 우리를 구원하지 않는다
댄디, 마음을 다스리다 당신의 막힌 귀를 뚫어주는 그림 추운 겨울을 이기게 해주는 그림 생의 환절기를 맞이한 당신에게…… 천 번을 흔들려야 키덜트다 친구는 병풍과 같은 것 두려워 마, 네 안의 괴물을 향기, 내 영혼의 시그니처를 가질 시간 마음에서 상처를 지우는 법
댄디, 스스로의 방식으로 살아가다 ‘지금’을 위한 송가 댄디, 돈 버는 기계를 거부하라! 블링블링한 인생을 위한 쇼핑 철학 함께 있을 때 우린 두려울 게 없었다 인생은 한방이다? 내 인생의 홈런을 치는 법 우아함을 위한 소비의 조건 인생이란 런웨이를 걷는 법 폭포 위를 걷는 법 나는 행복한 댄디, Are You?
도판 목록
[본문 중]
지름신이란 최근 새롭게 등장한 신의 이름입니다. 충동구매와 과소비를 조장하는 욕망에 신격을 부여한 표현이지요. 근대 이전까지 인간의 삶을 지배해 온 것은 종교였습니다. 현대에는 소비를 통해 이전 종교와 신에게서 찾던 위안을 얻고 있죠. 자신이 소속되기를 희망하는 집단을 표상하는 기호를 얻기 위해 소비 중독에 빠집니다.
안경테만큼 얼굴선에 활력을 불어넣어 주는 것이 또 있을까요? 더구나 강렬한 색상이 들어간 선글라스는 우리의 기분을 감춰주는 커튼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안경은 얼굴에 걸칠 수 있는 유일한 액세서리입니다. 테를 선택하는 기준은 얼굴형과 보이는 느낌이지요. 계란형 얼굴엔 보스턴 스타일의 테가 제격이고 마름모형 얼굴에는 웰링턴 스타일, 동그란 얼굴에는 깜찍한 느낌의 로이드 스타일이 좋습니다. (P. 65-66)
[책소개]
패션 큐레이터 김홍기가 전하는, 스스로를 단단하게 벼려 '댄디'처럼 살아가기. 지은이는 전작 <하하 미술관>을 통해 그림으로 세파에 찌든 사람들의 속내를 위로해 주었다. 그 후 4년의 시간이 흘렀다. 하지만 지은이는 이제 위로의 말들로는 치유할 수 없을 정도로 우리의 상처가 깊어졌다고 판단했다. 여기서 지은이는 19세기에 등장한 '댄디'라는 단어를 제시한다.
사전에서 댄디를 찾아보면 명사로는 '멋쟁이', 형용사로는 '으뜸의' '스마트한' 같은 뜻을 갖고 있다. 하지만 댄디는 이에 그치지 않는다. 댄디에 숨은 뜻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자신의 스타일을 갖춘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댄디는 시대의 흐름에 휩쓸리지 않고 사회적 신분으로서가 아니라 정신적으로 귀족이 되는 법을 만들어내는 사람들이다. 바로 '우아함'이라는 무기로. 지은이는 오늘날 우리에게 무엇보다 필요한 것이 바로 이 댄디적 삶의 가치를 마음에 새기는 것이라고 말한다.
지은이는 이 '댄디'라는 가치를 미술작품이라는 매개를 통해 마음에 와닿게 전달한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젊은 한국 작가들의 작품을 소개하고 있는 이 책은, 전작의 위로보다는 독자들 스스로 마음을 단단하게 하고 풍요롭게 하는 데 도움이 되는 조언들을 꽉꽉 채워 담았다. 오늘의 현실을 날카롭게 진단하고 그런 현실에서 우리가 취해야 할 태도에 대해 이야기하는 식이다.
1. 카이스트 학부생들, 영국에 가다 2. 인공위성연구센터가 빚은 첫 인공위성 3. 우리별은 남의 별? 4. 용기를 눌러 담은 우리별 2호 5. 인공위성연구센터의 위기 6. 대기업과 인공위성 7. 우리 고유의 위성, 우리별 3호 8. 100억 원짜리 값비싼 장난감? 9. 새로운 출발
2부 <사이언스>가 주목한 스타트업 _인공위성 산업의 판도를 바꾼 쎄트렉아이
1. 첫 계약 2. 우리나라 최초의 위성 수출 3. 튀르키예에 안겨준 첫 인공위성 4. 효율을 금지하다 5. 가장 위대한 성과는 여러분 6. 전 세계 최단 기록을 세우다
3부 우주 세대를 위한 새로운 길 _기술 기반 스타트업 창업의 모든 것
1. 딜레이의 악순환을 끊다 2. 네가 해라, 대표이사 3. 지구 관측 영상 데이터의 시대 4. 지구의 방사선을 읽다 5. 인공지능을 인공위성에 6. 다시, 새로운 출발
맺음말 [부록] 쎄트렉아이 창업자가 우주 세대에게 건네는 미래
[본문 중]
쎄트렉아이의 도움으로 위성 개발을 시작한 아랍에미리트는 2021년 화성 탐사선을 무사히 보냈다. 그 뒤 초창기에 한국에서 도와준 덕분에 자신들의 우주 사업이 가능했다고 감사를 표하기도 했다.
어떤 것이든 그 일을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은 있다. 처음이기 때문에 모든 게 새롭고, 시행착오를 겪을 수밖에 없다. 아무도 하지 않은 일에 도전하여 수많은 시련을 극복하며 조금씩 성장해 나가는 이야기는 다른 수사를 덧붙이지 않아도 그 자체로 충분히 감동적이다.
1992년 8월 10일 오후 8시 8분, 남아메리카 프랑스령 기아나에 위치한 쿠루 우주기지에서 아리안 4 로켓에 실린 대한민국 최초의 인공위성 우리별 1호의 발사 카운트다운이 시작되었다. 우리나라 시각으로는 8월 11일 오전 8시 8분. 이 장면은 KBS와 MBC를 통해 실시간 중계되고 있었다.
1989년 여름, 과학기술대학 교내 게시판에 공고가 붙었다.
'우리나라 최초의 인공위성을 개발할 유학생을 모집합니다.'
공고를 붙인 사람은 카이스트 전기전자공학과 최순달 교수였다. (P. 27)
유학생 선발은 1986년에 과학기술대학 1기로 입학하여 1989년 1학기를 수료한 조기 졸업 예정자를 대상으로 이루어졌다. 이때 뽑힌 박성동은 유학 설명회 당시 최순달 교수가 한 말을 이렇게 기억하고 있다.
"이렇게 좋은 환경에서 공짜로 공부하는 것을 당연하게 누릴 권리라고 생각하면 커다란 오산이다. 너희가 공부하는 데 들어간 비용 중 일부는 시장에서 채소나 생선을 파는 할머니의 전대에서도 나왔음을 명심해라. 이는 너희에게 세상을 좀 더 발전적인 모습으로 바꾸는 데 기여해 달라는 뜻이다. 받은 혜택의 곱절을 사회에 돌려줘야 한다는 책임 의식을 가져라. 나는 우리나라의 위성 기술 개발에 헌신할 친구들을 찾는다."
박성동과 함께 김성헌, 김형신, 장현석, 최경일이 첫 번째 유학생으로 선발되었다. (P. 31)
현대전자는 1997년 10월 인공위성 조립 공장을 비롯한 새로운 반도체 단지를 대전과학산업단지(현 테크노밸리)에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고, 11월에는 인공위성 조립 공장을 착공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1997년 말 외환 위리고 인해 계획은 진행되지 못했다. 현대전자는 1998년 3월 글로벌스타 사업 포기를 공식적으로 선언했고, 현금 확보를 위해 보유했던 글로벌스타 주식도 매각했다. 1995년에 글로벌스타가 나스닥에 상장되어 재무적으로는 약 10배의 투자 이익을 얻었지만 인공위성 사업은 더 이상 이어갈 수 없게 되었다.
지분 매각과 무관하게 현대전자는 1998년 10월까지 4000만 달러 규모의 위성 부품을 공급하기로 했던 계약을 원래 계획대로 추진했다. 이 과정에서 인공위성연구센터에 파견 나와 있던 현대전자 연구원들은 다를 부서로 전출되었다가 모두 퇴직했고, 일부는 복귀하지 마자 명예퇴직을 하게 되었다. 이때 선종호(현 경희대학교 교수)와 정연황(현 쎄트렉아이 연구 위원)이 인공위성연구센터에 입사하고 이후 쎄트렉아이에까지 합류했다. 1998년 8월 현대전자 임직원 80여 명이 별도의 독립 법인인 KoSPACE를 설립하여 위성 사업은 그나마 한동안 명맥을 유지했지만, 이 회사는 2005년 LS전선에 인수되었다가 2015년에 청산되었다. (P. 59)
삼성과 현대 같은 대기업의 우주 사업 진출 시도는 1997년 외환 위기가 아니었다면 분명히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생태계를 조성했을지 모른다. 정말 아쉬운 일이다.
현대 정몽헌 회장이 세상을 떠나고 5년 후인 2008년 8월, 카이스트는 우주 분야 연구에 크게 공헌한 정몽헌 회장과 최순달 교수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1997년에 건립된 인공위성연구센터 연구동에서 '정몽헌 우리 별연구동' 및 '최순달 세미나실' 명명식을 개최했다. 이 행사에는 정 회장의 부인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과 당시 대덕대학교 총장을 맡고 있던 최순달 교수 등이 참석했다. (P. 60)
쎄트렉아이가 싱가포르와 20년 넘게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는 여러 가지겠지만, 그중 가장 중요한 점은 "약속보다 더 많이 제공한다(Less promise, more delivery)"는 고객에 대한 자세 때문이라 생각한다. (P. 93)
2006년 4월에 20대 중반이었던 연구원 4명이 대전으로 와서 시작된 두바이의 위성 프로젝트는 2015년을 기점으로 모든 개발 활동이 두바이로 이전되었다. 그리고 무함마드 빈 라시드 우주센터는 이제 300명 이상의 연구원을 보유한 대표적인 위성 개발 기관으로 성장했다. 알 만수리는 2014년까지 이 우주센터의 소장으로 재직했고, 2012년부터 아랍에미리트 국회의원을 역임했으며, 2022년 현재 개인적으로 문명교차로박물관을 운영하고 있다.
무함마드 빈 라시드 우주센터가 2020년 7월에 발사한 화성 탐사선 아말(희망이라는 뜻의 아랍어)은 2021년 2월에 화성 궤도 진입에 성공했다. 이로써 아랍에미리트는 미국, 러시아, 유럽, 인도에 이어 다섯 번째 화성 궤도 진입국이 되었다. 책임자인 옴란 샤라프는 이 프로젝트 성공의 배경 중 하나로 "2000년대 한국과의 협력을 통해 DubaiSat-1, 2를 발사하면서 많은 지식을 전수받은 것"을 꼽았다.
쎄트렉아이는 앞으로도 몇 년 더 두바이가 후속 프로그램에서 요청하는 분야를 지원할 예정이다. 2021년 말까지 쎄트렉아이가 외국으로부터 수주한 전체 사업 규모에서 두바이는 40퍼센트를 차지한다. (P. 128-129)
2014년에 개봉된 <우리별 1호와 얼룩소>라는 애니메이션이 있다. 이 작품은 스페인에서 열린 시체스 국제 판타스틱 영화제에서 최우수 장편 애니메이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수명을 다한 우리별 1호는 대기권으로 진입하여 소멸할 처지였지만, 신비한 힘이 작용해서 소녀의 모습으로 탄생하게 해 살아남는다는 이야기다.
설계 수명이 5년이었던 우리별 1호는 12년이 지난 2004년 말까지 교신이 가능했다. 지금은 작동하지 않지만 여전히 그 궤도를 돌고 있다. 한때 우리별 1호를 회수해 오는 계획이 잠시 논의된 적이 있었다. 현재 우리의 기술로는 어렵지만 도저히 할 수 없는,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언젠가 기술 수준이 충분히 올라가고 우리나라 최초의 인공위성에 대한 가치를 높이 평가하여 우리별 1호를 회수할 날이 오기를 바란다. 우리나라의 우주 시대를 처음 열어준 우리별 1호가 영원히 우주 쓰레기로 남아 있지는 않았으면 한다. (P. 182)
● 1989년 카이스트 인공위성연구센터 학생 5명이 우리별 위성 개발을 시작하다.
● 1992년 8월 11일 우리나라 우주 시대의 출발점, '첫 인공위성' 우리별 1호 발사.
● 1993년~1999년 최단시간, 독자 기술력 확보로 전 세계의 시선을 사로잡은 우리별 2호, 3호 발사.
● 1999년 12월 《사이언스》가 주목한 '국내 최초' 우주 기업! 우리별 개발 연구자들이 모여 인공위성 딥테크 스타트업, 쎄트렉아이를 창업하다.
● 2008년 우주산업 분야에서 '국내 최초'로 코스닥 상장.
● 2009년 해상도 2.5미터 인공위성으로 '국내 최초' 위성 수출의 기록을 남기다.
● 2013년 '세계 최초' 1미터급 소형위성 발사.
● 2014년 자회사 SIIS 설립, 아리랑 위성 영상을 전 세계의 판매하기 시작하다.
● 2019년 자회사 SIA 설립, 위성 영상에 머신러닝, 인공지능 기술을 접목하다.
● 2021년 초 한화그룹이 유상증자를 통해 최대 주주가 되다.
쎄트렉아이는 창업 멤버 25명으로 출발해 400명 이상의 규모로 성장했고(2022년 초 기준), 2024년에는 군집 운용 초소형위성 체계 Space-M을 우주로 등판시킬 예정이다. 설립 이후 3억 달러 이상 누적 해외 수주액을 기록했으며, 사실상 우리나라 인공위성 수출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인공지능, 로봇, 사물인터넷, 자율주행, 가상현실 등 오늘날 ‘미래’라는 말을 채우고 있는 내용을 보면, 마치 그 미래는 인간의 몸과는 무관하게 전개될 것만 같다. 인간의 개입을 최소화한 채로 움직이는 세상, 첨단 기술을 동원해 인간의 생물학적 한계를 뛰어넘은 신체들이 이끌어가는 사회는 고통도 갈등도 불가능도 없는 편리하고 매끄러운 곳일까? 열다섯 살 전후로 신체의 손상을 보완하는 기계들(보청기와 휠체어)과 만나 ‘사이보그’로 살아온 김초엽과 김원영은 인간의 몸과 과학기술이 만나는 현장에 줄곧 관심을 가져왔다. 두 사람은 오늘의 과학과 기술이 다양한 신체와 감각을 지닌 개인들의 구체적인 경험을 고려하지 않은 채 발전해가고 있지는 않은가 하는 문제의식을 공유한다.
각기 청각장애(김초엽)와 지체장애(김원영)를 지닌 채 살아온 시간과 장애권리운동의 자장 안에서 키워온 정체성에 대한 인식을 바탕으로, 이들은 장애라는 고유한 경험이 타자, 환경, 사회와의 관계 속에서 과학기술과 결합할 때 우리가 맞이할 수 있는 다른 내일을 제시한다. 장애인의 인지 세계와 감각, 동작을 중심으로 새롭게 설계한 세계를 상상하는 김초엽, 각기 다른 취약함과 의존성을 지닌 존재들이 더 긴밀하게 접속하여 서로를 돌볼 수 있는 미래의 기술을 기대하는 김원영. 두 사람은 각자의 오랜 문제의식을 멀리, 또 깊숙이 밀고 나아가 이 세계의 다양한 구성원들이 모든 위계와 정상성 규범 너머에서 서로를 재발견하고 환대할 미래를 그린다. 여기, 사이보그라는 상징을 통과해 더 인간적인 미래의 어느 날에 도달할 짜릿한 여행이 준비되어 있다.
[목차]
추천의 글 들어가며 _ 김원영 1부 우리는 사이보그인가
1장 사이보그가 되다 _ 김초엽 _ P. 18 다이아몬드 행성의 사이보그 남자 | 낯설고도 익숙한 장애인 사이보그 | 향상하는 대신 전환하는 기술
2장 우주에서 휠체어의 지위 _ 김원영 _ P. 42 반려종 휠체어 | 거울 앞에 선 장애인 사이보그 | 의족과 휠체어는 몸의 일부일까 | 휠체어가 되어서
3장 장애와 기술, 약속과 현실 사이 _ 김초엽 _ P. 64 장애를 극복하는 따뜻한 기술? | “우리는 장애를 종식시킬 겁니다” | 기술은 장애의 종말을 가져올까
4장 청테이프형 사이보그 _ 김원영 _ P. 90 화성에서 살아남은 휴먼 | 인간을 넘어선 인간 | 호킹만큼 인간적이지 않다면 | 인간이라는 정체성을 문제 삼는 존재 | 청테이프 같은 존재들 2부 돌봄과 수선의 상상력
5장 불화하는 사이보그 _ 김초엽 _ P. 116 보이지 않는 장애 | 사이보그라는 낙인 | 사이보그는 로봇 외골격의 꿈을 꾸는가 | 사이보그 신체 유지하기 | 단일한 사이보그는 없다
6장 장애-사이보그 디자인 _ 김원영 _ P. 146 뼈 공학의 한계 | 향유고래의 뼈와 안 보이는 보청기 | 패션과 디스크레션 | 테크놀로지, 장애, 페티시즘 | 불쾌함의 골짜기를 피해서 | 장애를 디자인하기
7장 세계를 재설계하는 사이보그 _ 김초엽 _ P. 178 불구의 기술과학을 선언하다 | 지식 생산자로서의 장애인 | 보편적 설계, 장애 중심적 설계 | 빨대 퇴출은 비장애중심주의일까 | 유튜브와 해시태그, 장애권리운동의 새로운 물결 | 가상공간의 접근성 | 남아 있는 질문들
8장 슈퍼휴먼의 틈새들 _ 김원영 _ P. 224 장애를 고치는 약 | 치료를 받아서 캡틴 아메리카 되기? | 매끄러움의 유혹 | 심리스한 디자인과 이음새 노동 | 매끄러운 세계에 균열을 내는 존재 | 덜컹거림을 감수하는 힘 3부 연립과 환대의 미래론
9장 장애의 미래를 상상하기 _ 김초엽 _ P. 254 우리의 다른 인지 세계 | 당신의 우주선을 설계해보세요 | 화성의 인류학자들 | 사이보그 중립
10장 잇닿아 존재하는 사이보그 _ 김원영 _ P. 284 두 발로 선다면 의존하지 않아도 될까 | 나를 돌보는 로봇, 내가 돌보는 로봇 | 타인의 얼굴을 보지 않아도 되는 삶 | 연립의 존재론 – 함께 있음을 돕는 기술
대담 _ 김초엽, 김원영 _ P. 310 파트너가 되다 | 생존 이상의 이야기 | 장애와 과학기술의 복잡한 관계를 바라보기 | 몸 혹은 존재를 드러낼 계기,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 장애 경험의 고유성 | 사이보그라는 상징에 관하여 | 인간과 기술문명의 불가분의 관계 | 우리의 삶이 교차한 순간
나오며 _ 김초엽 감사의 말 참고문헌
P. 24-25 미국의 맨프레드 클라인스와 네이선 클라인이 1960년에 미국항공우주국 학술회의에 제출한 논문을 준비하면서 '사이버네틱스cybernetics'와 '유기체organism'의 합성어로 '사이보그cyborg'라는 단어를 만들었다.
P. 57 휠체어를 탄 '모자란(결여된)' 인간에서 휠체어와 통합된 어떤 존재로 나를 희마하게 인식했을 때 나는 비로소 정체성 물음 앞에 본격적으로 서게 되었다.
P. 70-71 음성 합성 AI, 웨어러블 로봇, 그리고 보청기를 통해 들려오는 '첫 소리' 영상들의 연출이 의도하는 바는 일관적이다. 기술은 장애인에게 정상성을 선물하고, 비장애인들은 그 아름다운 순간을 보며 감동을 받고, 장애인들은 희망을 얻는 것이다. 그러나 이 연출에는 여러 문제가 있다. 먼저, 장애인이 어려움을 극복하는 과정을 통해 비장애인에게 감동을 주는 구도는 오래전 호주의 코미디언이자 작가인 스텔라 영이 비판했던 '감동 포르노'에서 조금도 나아가지 못했다. 미디어에서 거의 유일하게 허락되었던 '역경을 극복한 장애인'이라는 스테레오타입이 이제는 기술의 보조를 받게 되었을 뿐이다.
P. 86 기술철학자이자 장애학자인 애슐리 슈는 기술의 발전이 장애인의 문제를 해결하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관점을 테크노에이블리즘이라고 칭하며 비판한다. 테크노에이블리즘은 기술 낙관론에 기반한 비장애중심주의다. 이러한 과점은 장애를 손상된 몸을 가진 개인의 문제로 환원하고, 그 개인에게 기술적 지원이나 교정을 통해 장애를 제거할 것을 혹은 정상적인 기능을 회복할 것을 요구한다. 테크노에이블리즘의 관점에서 청각장애인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보청기나 인공 와우 혹은 청력 자체를 회복할 수 있는 의려적 시술이지, 수어통역이나 문자통역이 아니다.
P. 87 왜 휠체어를 위해 경사로를 설치하는 것보다 로봇 외골격이 더 주목과 찬사를 받을까? 이동 보조기기를 이용하는 것보다는 '걷는' 것이 더 정상성에 가깝게 여겨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