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8. 18. 17:44 영화
그래도 내가 하지 않았어 (それでもボクはやってない I Just Didn’t Do It, 2007)
영화 시작시 나오는 다음과 같은 자막이 본 영화를 정의한다.
“10명의 죄인을 놓친다고 해도, 한 명의 죄 없는 사람을 벌하지 말라.”
올레무비쇼셜클럽을 보다가 '카세 료'의 인터뷰 중에 언급된 영화인데
급관심이 생겨서 찾아서 봤다.
주인공 가네코 텟페이는 어느 회사 면접을 보러가는 도중
한 여중생에게 성추행 혐의로 몰리고 결국 구치소까지 들어가게 되는데
당번 변호사는 설령 죄를 짓지 않았어도 순순히 인정하면
가벼운 벌금형에 집으로 돌아갈 수 있으나
인정못하고 재판까지 가게되면 계속 구류처분을 받음은 물론이고
유죄확률 99.9% 싸움에 시간과 돈을 낭비하게되니
그냥 합의를 보라고 타이르지만 텟페이는 순순히 그럴 수 없었다.
길고 힘든 싸움의 시작이었다.
그 여중생의 입장에서 봐도
적지않은 성추행을 당해왔고 정신적인 피해도 있는 상태에서
큰 용기를 내서 범인으로 생각되는 텟페이를 잡은 것이다.
여자이면서 그를 처음 담당하게 된 리코 부변호사는
피의자가 죄를 부인하는 사건이면서 치한관련 사건이라 맡기를 꺼려하는데
그녀의 상사이면서 주변호사인 마사요시가
형사담당 변호사의 원칙인 '의심스러울땐 피고인 이익을 생각하라'는
말로 다독인다.
법은 '무죄추정'을 원칙으로 하나
실제로는 사회의 분위기나 법정은 '유죄추정'을 할 수 밖에 없는게 현실이다.
어떤 죄가 있다면 그 죄가 생긴 원인이나 사회 시스템을 고치는 것보다
그 죄를 범한 사람을 잡아서 족치는 편이 더 쉽기도 하고
각자의 마음도 편해지는 결말이기 때문이다.
영화는 현재 사법제도의 헛점을 보여주는데
그걸 보고 있노라면 이건 일본만의 문제가 아니구나하는
생각이 든다.
'죄없는 사람을 벌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기는 하지만
한 사람의 재판관이 담당하기엔 적지않은 과중한 업무량은 물론이고
그 사람의 능력을 처리한 재판건수로 보는 데다가
형사재판의 경우 무죄를 남발할 경우
검찰과 경찰을 부정하는 것이고 이는 곳 국가의 사법시스템을 반하는 행동이기에
인사고과에 악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큰 용기와 결단을 필요로 한다는 내용도 나온다.
또 어떤 사람이 재판정에서 증인을 서게되면
똑같은 사실이라도 최대한 자신이 유리한 쪽으로 증언을 하려하는
사람들의 모습도 보여준다.
말이라는게 참 오묘해서 해석하기에 따라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가 되기 때문에
이 사건처럼 증거라고는 피해자의 진술만 있는 상태에선
재판관의 태도에 따라 피고는 무죄가 되기도 하고 유죄가 되기도 하는 것 같다.
주인공은 유죄를 판결받는 선고공판에서 이런 투의 나래이션을 내뱉는데
내가 진실만 말한다면 재판관이 알아줄거라 생각했지만 부질없는 것이었고
지금 이자리는 진실을 밝히는 자리가 아니라
어떤 사건의 유죄와 무죄만 판단하는 자리라고...
그러면서 마지막에 "항소합니다."라고 선언하면서 영화는 끝난다.
손쉬운 타협을 거부하고 누명을 벗으려고
이기기도 어려운 싸움을 시작한다는 건 쉽지 않아 보인다.
그럼에도 그러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
쉽지 않은 그 길로 가려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이 사회를 조금씩이라도 변하게 만드는 동력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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