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2. 24. 00:58 영화
다우트 (Doubt, 2008)
아주 사소하고 불확실했던 행동이 오해와 의심이라는 불씨가 붙으면 어떤 일이 벌어질 수 있는지 잘 보여준다.
어쩌면 믿음에 대한 의심이 금기시되는 종교가 배경이라서 더 확연히 주제를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
보다보면 아무래도 의심 받는자 쪽으로 마음이 기우는 것이 인지상정이었지만
흑인 학생이었던 도널드의 어머니, 도널드, 플린 신부, 알로이시스 수녀, 제임스 수녀, 카톨릭 교구 등으로 얽힌 관계속에서
누가 옳다 그르다는 이분법적 사고는 서로간의 구조를 너무 단순화시킨 편협된 생각이라고 본다.
그건 알로이시스 수녀가 믿는 것이 설령 사실이더라두 말이다.
그녀도 자신이 배워온 신념대로 행동을 했을 테니까.
영화의 배경은 1964년.
이는 존 F. 케네디가 암살당한 다음해이자
62년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후 카톨릭 교회에도 새로운 바람이 불던 시기이다.
이런 분위기를 대표하는 인물이 플린 신부(필립 세이모어 호프만)와 제임스 수녀(에이미 아담스)이고
반대편에는 엄격한 카톨릭 교육을 받았으며 변화보단 과거의 가치를 존중하는 알로이시스 수녀(메릴 스트립)가 있다.
플린 신부와 알로이시스 수녀의 대립적인 관계가 영화를 이끄는 주축이기도 하지만
두 배우의 연기대결도 큰 볼거리이다.
특히 영화 후반부 알로이시스 수녀의 방에서 벌어지는 클라이막스를 보고 있자면
'아! 이것이 연기신들의 전쟁인가?' 싶기도 했다.
역시나 미국과 영국 아카데미에서 메릴 스트립은 여우주연상, 에이미아담스는 여주조연상을 받았는데
이상하게도 필립 세이모어 호프만은 남우주연상이 아닌 남우조연상으로 수상했다.
영화 제목처럼 '의심'이 주제이나 알로이시스 수녀의 행동을 보면
'남의 잘못을 입증하기 위해 내가 하는 잘못된 방법은 과연 옳은 행동인가?'하는 또 하나의 질문이 생기기도 한다.
그녀는 마지막에 제임스 수녀에게 이런 말도 한다.
"잘못을 밝히기 위해선 신에게서 잠시 물러나 있어야 한다."고
또한 영화상에는 여러 상징적인 기호나 물건들이 표현되고 있는데
기억나는 것만으로도 손톱, 볼펜, 성가, 캐롤, 설탕, 비바람, 쥐, 암고양이, 인종, 성, 금기, 밝음, 어둠 등이 있다.
얼마전에 어디선가 들었던 이야기가 생각난다.
사람은 신념을 바꾸기가 매우 힘들어서
시대가 변화하는 건 과거의 것을 믿었던 사람이 새로운 것을 받아들여서가 아니라
세월이 흘러 예전 사상을 가진 사람들이 죽어서 사라지기 때문에 변화하는 것이라는 요지에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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