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대학에서 교수를 하며 지내던 최현(박해일)이 선배의 장례식 때문에 한국에 왔다가 7년 전 선배와 같이 경주의 한 찻집에서 봤던 춘화의 기억을 떠올리고 무작정 그곳을 찾아 떠난다. 찻집에서 현 주인인 공윤희(신민아)를 만나고 여러 인물들을 만나면서 경주에서 1박2일 동안의 과거와 현재의 경계가 무의미한 환상적인 경험을 하게된다. 영화에서 자주 쓰이지 않는 배우가 카메라 정면을 응시하는 장면도 있고 중의적인 대사와 함께 인물들의 성격이나 감정이 디테일하게 묘사되어있어 보는사람 각자 자신만의 의미대로 그것을 찾아가며 영화를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현재 등장인물의 심리를 날씨나 소리로 표현한 부분도 좋았다.
구로CGV에서 이동진의 라이브톡으로 관람. "전 잘못한 게 없는데요." "사과를 받는데 왜 도망쳐야 되나요?" 과거부터 있어왔으며 요즘도 여전히 존재하는 학교내 폭력, 따돌림, 성폭행, 자살 등을 다루면서 44명의 불량학생들에게 집단강간을 당한 피해자가 오히려 도망다니고 결국 피의자 학부모가 찾아와서 집단린치를 하는 등의 문제적 장면들은 어쩌면 바로 전에 관람했던 영화 '방황하는 칼날'에서 제시하던 사회적인 문제와 궤를 같이 하고 있긴 하지만 그것에 집중하기 보다는 그런 경험을 하게 된 한 여자아이가 어떤 감정변화를 겪게 되고 내적으로 성장하는지를 담담하게 풀어내고 있다. 이수진 감독의 말로는 원래 지금보다는 더 명확한 형태의 결말이었으나 주인공이 물에 빠진 씬과 강물을 와이드로 촬영한 씬을 따로 찍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