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로CGV에서 이동진의 라이브톡으로 관람.
"전 잘못한 게 없는데요."
"사과를 받는데 왜 도망쳐야 되나요?"
과거부터 있어왔으며 요즘도 여전히 존재하는
학교내 폭력, 따돌림, 성폭행, 자살 등을 다루면서
44명의 불량학생들에게 집단강간을 당한 피해자가 오히려 도망다니고
결국 피의자 학부모가 찾아와서 집단린치를 하는 등의 문제적 장면들은
어쩌면 바로 전에 관람했던 영화 '방황하는 칼날'에서 제시하던 사회적인 문제와
궤를 같이 하고 있긴 하지만 그것에 집중하기 보다는 그런 경험을 하게 된 한 여자아이가
어떤 감정변화를 겪게 되고 내적으로 성장하는지를 담담하게 풀어내고 있다.
이수진 감독의 말로는 원래 지금보다는 더 명확한 형태의 결말이었으나
주인공이 물에 빠진 씬과 강물을 와이드로 촬영한 씬을 따로 찍었는데
강물 씬이 너무나 맘에 들어서 지금과 같이 열린 결말의 형식으로 편집하게 되었다고 한다.
영화를 보면서 본인도 그렇게 생각했었지만
이수진 감독도 천우희 배우도 주인공이 살아있는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그리고 영화속에서 주인공은 그렇게 배우기 힘들어 하면서도
수영을 배우는데 집착을 하는데 그것은 그녀와 같이 사건을 경험한 친구 화옥(김소영)이
강물에 몸을 던져 자살하면서 생긴 트라우마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어두운 사건을 다루지만 그래도 마지막은 끈질기고 희망적인 삶을 이야기하기에
영화관에서 나오는 마음이 무겁지만은 않았다.
고릴라 가면은 범죄의 도구로도 이용되지만
죄를 짓는 그들 자체가 바로 미성숙한 존재라는 중의적인 의미의 소품이었다고 한다.
화옥의 자살장면에서 (영화상 편집은 되었지만)한공주가 강물에 뛰어드는 장면을 촬영하고
찜질방에서 통화하는 장면을 찍게되었는데 몸에서 한공주가 빠져나갔나 싶을 정도로
연기가 안될 때 이수진 감독이 바로 캐치하고 스텝들이 기다리는 상황에서도
영화랑 관계없는 일상적인 대화를 한시간 반정도 이야기를 하고나니
다시 감정을 잡을 수 있었고 무사히 촬영을 마칠 수 있었다고 한다.
감독이 어린시절 주변에 '공주'라는 아명을 많이 사용했었고
감독 본인의 누님도 원래 이름대신 집에선 '공주'라고 불리웠는데 그 이름이 맘에 들었었고
그 이름에 가장 어울리는 성을 찾다보니 '한'씨가 잘어울려서
'한공주'란 배역명이 탄생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언젠간 주인공의 이름으로 영화명을 정하고 싶었는데
이번이 기회다 싶어서 타이틀도 '한공주'로 결정했다고 했다.
그리고 영화속에서 공주를 도와주긴 하지만 진심어린 위로가 되지 못하는
이선생 역의 이름은 '이난도'인데 '아프니까 청춘이다'의 저자 김난도와는
연결짓지 말아달라는 감독의 부탁말씀(?)도 있었다.
라이브톡이 끝나고 마지막 인사하는 과정에서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여주가 울먹이기도 했는데
인터넷 상의 악플 또는 게시물 때문에 여간 마음 고생이 심했던 모양이다.
얼마전에 개봉했던 '우아한 거짓말'에도 출연했다고 하니
한 번 찾아서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