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1. 4. 17:08 영화
2013년 본 영화들 총정리
총 122편을 봤고 그 중 33편은 CGV에서 관람.
다음은 그 중 의미있는 10편들.
그들이 가고 싶었던 서로 다른 '신세계'
황정민의 연기는 극강.
시종일관 정신없는 속도감으로 관객들을 몰아붙이지만
'복수', '불안' 그리고 '성장'이라는 세 단어로 이 영화는 설명 가능하다.
'셜록'에 나왔던 배네딕트 컴버배치가 존재감 쩌는 악역으로 나와 눈길을 끈다.
주인공인 '커크'와 '스팍'의 성장도 눈여겨 볼 수 있었는데
원칙은 상황에 따라 어느정도 무시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던 '커크'는
승무원들을 위해선 목숨을 바칠 수 있는 용기와 신념을 가진 인물로.
그리고 매사 합리적이고 원칙주의자였고 감정을 들어내기 싫어하던 '스팍'은 동료의 죽음에 눈물을 흘릴 줄도,
그를 위해 복수를 하기도, 동료를 구하기 위해 거짓말도 하는 인물로 성장하게 했다.
그리고 인간의 불안정성이 곧 인간의 큰 가능성이라고 말하고 있다.
지구 온난화를 해결하기 위해 인공적으로 뿌려진 CW-7이 새로운 빙하기를 몰고오고
남은 생존자들은 전지구를 1년에 한바퀴도는 마지막 열차를 타고 이후 17년이 지난다.
호불호가 갈리긴 하지만 흥행만큼은 성공한 영화.
하정우의 연기와 김병우 감독의 연출이 서로 시너지를 일으킨다.
긴박한 음향효과도 한 몫 하고 있고 어쩔때는 속시원한 부분도 있었지만
영화를 보고나선 이 시대를 움직이는 매카니즘의 병폐를 직접 목격한 것 같아 어떤 답답함도 밀려왔다.
누가봐도 매력적인 플레이보이인 동시에 다혈질적인 천재레이서 제임스 헌트.
속엔 불을 품고 있지만 평소엔 냉철하면서 직선적인 말을 자주하는 니키 라우다.
레이서들 각자가 서로에게 라이벌이지만 사고가 났을 때 죽음을 무릎쓰고 도와주는 모습을 보면
아주 강한 동료애도 함께하고 있는 듯하다.
엄청난 마력의 섬세한 차를 강력한 중력가속도를 이겨내고 좁은 좌석에서 그 작은 핸들로
몇시간씩 운전하는 것을 보면 이건 보통 사람이 할 만한 스포츠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우주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펼쳐진 3D 영상혁명.
그래비티. 즉, 중력이 지배하는 공간에서 태어나서 살아가는 지구인들에게 그건 속박을 의미할 수도 있지만
다르게 말하면 우리가 숨을 쉬고 살아갈 수 있게하는 어머니와도 같은 느낌이다.
한편 무중력에서의 끈하나가 얼마나 위대한지 알 수 있었고
파편들이 내눈앞으로 달려올 땐 너무 생생해서 나도 모르게 움찔거렸다.
'돼지의 왕'도 보고 이 작품도 봤지만 연상호 감독은
실제 우리사회에 존재하지만 불편하기 때문에 외면하는 문제들을
극영화 스타일의 애니메이션으로 잘 만들어낸다.
원래 같은 배에서 태어난 정치나 종교는 순기능이 있기는 하지만 역기능도 항상 존재해왔는데
이것들의 강력하고도 무서운 점은 그것이 사람들의 아프고 약한 곳을 파고든다는 것이다.
시간을 되돌려 가면서 사랑을 완성해 간다는 것에서 영화 '사랑의 블랙홀'이 많이 생각났다.
그러나 닮은 듯 다른 점도 많았는데
이 작품의 주인공은 자기 인생내에서는 언제나 어느 곳이나 과거로 갈 수 있다는 것에서
훨씬 자의적으로 행동이 가능하고
원래 시간여행을 하는 이유 자체가 '연애'라는 뚜렷한 목적의식도 있다.
아버지의 말씀 중에 "매일 두 번씩 살아라"라는 부분이 있는데
이는 똑같은 공간과 체험이 반복되더라도 자신이 어떤 행동을 하고 어떤 생각을 하느냐에 따라
힘든날이 될 수도 있고 좋은날도 될 수 있다는 걸 아들에게 깨우쳐 주기 위한 것이었다.
역사에는 만약이라는게 없지만 정말 그 '만약'이 여러순간 생각나는 영화.
영화 중반 이후에 나오는 수양대군의 등장 장면은 압도적!
'계유정난'이라는 이미 유명한 이야기에 김내경이라는 조선최고의 관상쟁이를 집어넣어
새로운 스토리를 축조해냈는데 그러면서도 캐릭터가 겉돌지 않고 이야기에 잘스며들어 있다.
마지막 내경의 대사가 와닿았다.
파도를 만드는 건 바람인데 자기는 파도만 봤다고
바람을 타고 높이오르는 파도는 언젠가는 부서진다고
자신들과 같은 사람들이 다시 바람을 타는 시기가 올 것이라고.
말이 필요없는 영화. 다시금 가슴이 먹먹해졌지만 동시에 더 뜨거워졌다.
과거를 잘잊어버리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이처럼 불행했던 과거를 상기시켜주는
좋은 영화는 종종 필요하다고 본다. 양우석 감독의 입봉작이라는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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