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8. 10. 00:54 도서
허락되지 않는 내일 / 이한솔 지음, 돌베개, 2021
[목차]
들어가며 | 좌절과 희망에 관한 대화
인터뷰이 소개
한빛에게 보내는 짧은 편지
1 빛이 머문 시간
2016년 가을
한빛이 소리를 냈다
자살에 대한 오해
빛이 남긴 것
2 보통이 지워진 사회
한빛, 보통의 청년
깔깔이가 된 청년들, 80퍼센트의 맥락이 편집됐다
공정하다는 착각의 착각
불안한 내일
3 왜곡된 시선
한빛, 그만두면 되잖아
정말 책임감이 없을까요
‘님’의 위선
어리다는 이유의 결함
4 소모하는 일터
한빛, 패배자
남는 것이 없는 일터
어떤 사람에게는 더 위험한 일터
노동자라고 부를 수 없는 노동자들
엄마 기일조차 갈 수 없는 을의 일터기
5 우리 사이의 불평등
한빛, 그의 마음이 가닿고 싶었던 곳
그들이 사는 세상
넘을 수 없는 대학의 벽
서울로 가야만 하나요
위협과 차별은 분명히 있습니다
6 연결이 필요한 청년들
한빛, 동료가 없다
결국 나는 혼자를 선택한다
만만혐
기댈 곳이 필요하다
다시, 공동체
7 꿈꾸는 청년들
한빛, 꿈과 욕구
일상적 번아웃
다양성 그리고 존중
세상은 더 아름다워질 수 있다
나가며 | 불평등을 넘어, 한 줄기 빛을 밝히고 싶다
발문 | 일단 다른 이야기를 하는 것부터 _정혜윤(CBS 피디, 작가)
사람을 위로하는 작품을 만들었지만,
정작 만드는 사람들은 위로받지 못하는 현실에 좌절하고
생을 마감한 이한빛 PD의 동생인 이한솔 작가의 에세이.
작가는 진지하고 숭고한 정형화된 방식으로만 추모하지 않고
열사가 아닌 사람들의 곁에 두고자 한다.
일찌감치 공정 담론에서 청년을 떼어내고 기울어진 운동장에 주목했어야 했다. 공정 이슈가 사회에서 불이 붙었을 때, 차라리 불평등한 경쟁의 관행과 문화를 인정하고 경쟁 속에서 엄습하는 불안을 직시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크다. 불안을 해소할 수 있는 문이 너무나 비좁아서 발이라도 하나 걸쳐보고자 아등바등 노력하는 청년 개인의 이기심에 책임을 전가해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우리는 결코 공정에 대해 착각하고 있지 않다. 사회가 경쟁에 몰두할 수밖에 없는 청년을 냉소하지만 않았어도, 노동을 존중하지 않는다고 푸념 섞인 비난을 하지 않았어도, 현상만 보고 20대가 보수화되었다고 개탄하지 않았어도, 이미 가진 자원을 내놓지도 않으면서 정의만 부르짖는 위선만 보이지 않았어도 맥락이 삭제된 '공정'만 세상에 떠돌지 않았을 것이다. 당장 내일을 어떻게 준비할지 막막한 사람들에게 지금의 이야기는 온도가 전혀 맞지 않다. - P67
2021년 KBS 세대인식조사에 따르면, "50대는 겉으로는 민주적이지만 사실을 권위적이다"라고 답변한 청년이 무려 77.7%이다. 또한 이들이 기득권이라고 생각하는 비율 역시 79.7%에 달한다. 이러한 인식에 연계해 특별히 주목해야 할 부분은 산업화와 민주화 시기를 이끌어온 사람들의 공로를 인정한다고 답변한 청년 역시 78.2%라는 점이다. 물론 이 세대인식조사가 50대와 청년세대만을 자극적으로 대비시키면서 맥락이 삭제되었다는 비판도 있었다. 논란이 되는 부분들은 차치하더라도, 분명히 확인할 수 있는 핵심은 있다. 설문에 응답한 청년들은 지금까지 한국 사회를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온 성과에 대해서는 적어도 부정하지 않는다. 다만 변화의 흐름을 타고 기득권 엘리트가 된 사람들의 위선을 거부할 뿐이다. - P99
물론 기성세대만의 문제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위선은 사람들 누구에게나 있고, 지금의 청년들이 권한과 영향력을 가지게되었을 때 꼰대가 되지 않을 것이라 확신할 수 없다. 지금도 당장 기성의 방식을 체화하고 꼰대의 길에 들어선 청년들도 많다. 더 많은 부를 쌓고 계급 상승을 할 수 있는 조건이 되는 청년들은 세상과 끊임없이 타협하며 살아갈지 모른다. 인간은 불완전한 존재이기에 100% 완벽한 정의를 구현할 수 없다. - P100
하지만 지금의 불안을 혐오를 통해 해결하지 못한다. 오히려 자신의 상황을 더욱 궁지로 몰아낸다. 혐오하는 대상 때문에 그들이 힘든 것이 결코 아니다. 구도를 단순화하기에 현대 사회의 문제는 너무나 다충적이게 중첩되어 있다. 자신의 정체성이나 이해관계가 유사하지 않더라도 손을 잡고 함께 나아가지 않으면 버티기조차 어렵다. - P196
신도들의 고령화는 기독교, 불교, 천주교 등 대부분의 현대 종교에서 보이는 현상이자 해결해야 할 숙제이다. 젊은 사람들이 종교 공동체를 찾지 않아 내적·외적 외연의 확장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신천지는 오히려 청년 교인이 많았다. MZ 세대는 전반적으로 교육을 잘 받아서 이성적이면서도 개인의 프라이버시도 매우 중시한다는데, 전근대적이면서 폐쇄적인 종교에 빠진다니, 일반적인 예상 혹은 편견을 뒤엎는 결과가 그곳에 있었다. 새로운 세대가 기댈 곳이 기성 종교가 아니라 신천지라는 사실이 그에게는 아픈 손가락이었다.
'왜 청년들이 신천지에 빠져들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사실 '코로나 블루' 현상에서도 찾을 수 있다. 청년들은 우울감을 느끼면서도 타인과의 상호작용을 애타게 바라고 있는지도 모른다. 외로운 청년들에겐 언제나 기댈 곳이 필요하다. - P1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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