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인공지능, 로봇, 사물인터넷, 자율주행, 가상현실 등 오늘날 ‘미래’라는 말을 채우고 있는 내용을 보면, 마치 그 미래는 인간의 몸과는 무관하게 전개될 것만 같다. 인간의 개입을 최소화한 채로 움직이는 세상, 첨단 기술을 동원해 인간의 생물학적 한계를 뛰어넘은 신체들이 이끌어가는 사회는 고통도 갈등도 불가능도 없는 편리하고 매끄러운 곳일까? 열다섯 살 전후로 신체의 손상을 보완하는 기계들(보청기와 휠체어)과 만나 ‘사이보그’로 살아온 김초엽과 김원영은 인간의 몸과 과학기술이 만나는 현장에 줄곧 관심을 가져왔다. 두 사람은 오늘의 과학과 기술이 다양한 신체와 감각을 지닌 개인들의 구체적인 경험을 고려하지 않은 채 발전해가고 있지는 않은가 하는 문제의식을 공유한다.

각기 청각장애(김초엽)와 지체장애(김원영)를 지닌 채 살아온 시간과 장애권리운동의 자장 안에서 키워온 정체성에 대한 인식을 바탕으로, 이들은 장애라는 고유한 경험이 타자, 환경, 사회와의 관계 속에서 과학기술과 결합할 때 우리가 맞이할 수 있는 다른 내일을 제시한다. 장애인의 인지 세계와 감각, 동작을 중심으로 새롭게 설계한 세계를 상상하는 김초엽, 각기 다른 취약함과 의존성을 지닌 존재들이 더 긴밀하게 접속하여 서로를 돌볼 수 있는 미래의 기술을 기대하는 김원영. 두 사람은 각자의 오랜 문제의식을 멀리, 또 깊숙이 밀고 나아가 이 세계의 다양한 구성원들이 모든 위계와 정상성 규범 너머에서 서로를 재발견하고 환대할 미래를 그린다. 여기, 사이보그라는 상징을 통과해 더 인간적인 미래의 어느 날에 도달할 짜릿한 여행이 준비되어 있다.

 

[목차]

추천의 글
들어가며 _ 김원영

1부 우리는 사이보그인가


1장 사이보그가 되다 _ 김초엽 _ P. 18
다이아몬드 행성의 사이보그 남자 | 낯설고도 익숙한 장애인 사이보그 | 향상하는 대신 전환하는 기술

2장 우주에서 휠체어의 지위 _ 김원영 _ P. 42
반려종 휠체어 | 거울 앞에 선 장애인 사이보그 | 의족과 휠체어는 몸의 일부일까 | 휠체어가 되어서

3장 장애와 기술, 약속과 현실 사이 _ 김초엽 _ P. 64
장애를 극복하는 따뜻한 기술? | “우리는 장애를 종식시킬 겁니다” | 기술은 장애의 종말을 가져올까

4장 청테이프형 사이보그 _ 김원영 _ P. 90
화성에서 살아남은 휴먼 | 인간을 넘어선 인간 | 호킹만큼 인간적이지 않다면 | 인간이라는 정체성을 문제 삼는 존재 | 청테이프 같은 존재들

2부 돌봄과 수선의 상상력


5장 불화하는 사이보그 _ 김초엽 _ P. 116
보이지 않는 장애 | 사이보그라는 낙인 | 사이보그는 로봇 외골격의 꿈을 꾸는가 | 사이보그 신체 유지하기 | 단일한 사이보그는 없다

6장 장애-사이보그 디자인 _ 김원영 _ P. 146
뼈 공학의 한계 | 향유고래의 뼈와 안 보이는 보청기 | 패션과 디스크레션 | 테크놀로지, 장애, 페티시즘 | 불쾌함의 골짜기를 피해서 | 장애를 디자인하기

7장 세계를 재설계하는 사이보그 _ 김초엽 _ P. 178
불구의 기술과학을 선언하다 | 지식 생산자로서의 장애인 | 보편적 설계, 장애 중심적 설계 | 빨대 퇴출은 비장애중심주의일까 | 유튜브와 해시태그, 장애권리운동의 새로운 물결 | 가상공간의 접근성 | 남아 있는 질문들

8장 슈퍼휴먼의 틈새들 _ 김원영 _ P. 224
장애를 고치는 약 | 치료를 받아서 캡틴 아메리카 되기? | 매끄러움의 유혹 | 심리스한 디자인과 이음새 노동 | 매끄러운 세계에 균열을 내는 존재 | 덜컹거림을 감수하는 힘

3부 연립과 환대의 미래론


9장 장애의 미래를 상상하기 _ 김초엽 _ P. 254
우리의 다른 인지 세계 | 당신의 우주선을 설계해보세요 | 화성의 인류학자들 | 사이보그 중립

10장 잇닿아 존재하는 사이보그 _ 김원영 _ P. 284
두 발로 선다면 의존하지 않아도 될까 | 나를 돌보는 로봇, 내가 돌보는 로봇 | 타인의 얼굴을 보지 않아도 되는 삶 | 연립의 존재론 – 함께 있음을 돕는 기술

대담 _ 김초엽, 김원영 _ P. 310
파트너가 되다 | 생존 이상의 이야기 | 장애와 과학기술의 복잡한 관계를 바라보기 | 몸 혹은 존재를 드러낼 계기,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 장애 경험의 고유성 | 사이보그라는 상징에 관하여 | 인간과 기술문명의 불가분의 관계 | 우리의 삶이 교차한 순간

나오며 _ 김초엽
감사의 말
참고문헌

 

P. 24-25 미국의 맨프레드 클라인스와 네이선 클라인이 1960년에 미국항공우주국 학술회의에 제출한 논문을 준비하면서 '사이버네틱스cybernetics'와 '유기체organism'의 합성어로 '사이보그cyborg'라는 단어를 만들었다.

 

P. 57 휠체어를 탄 '모자란(결여된)' 인간에서 휠체어와 통합된 어떤 존재로 나를 희마하게 인식했을 때 나는 비로소 정체성 물음 앞에 본격적으로 서게 되었다.

 

P. 70-71 음성 합성 AI, 웨어러블 로봇, 그리고 보청기를 통해 들려오는 '첫 소리' 영상들의 연출이 의도하는 바는 일관적이다. 기술은 장애인에게 정상성을 선물하고, 비장애인들은 그 아름다운 순간을 보며 감동을 받고, 장애인들은 희망을 얻는 것이다. 그러나 이 연출에는 여러 문제가 있다. 먼저, 장애인이 어려움을 극복하는 과정을 통해 비장애인에게 감동을 주는 구도는 오래전 호주의 코미디언이자 작가인 스텔라 영이 비판했던 '감동 포르노'에서 조금도 나아가지 못했다. 미디어에서 거의 유일하게 허락되었던 '역경을 극복한 장애인'이라는 스테레오타입이 이제는 기술의 보조를 받게 되었을 뿐이다.

 

P. 86 기술철학자이자 장애학자인 애슐리 슈는 기술의 발전이 장애인의 문제를 해결하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관점을 테크노에이블리즘이라고 칭하며 비판한다. 테크노에이블리즘은 기술 낙관론에 기반한 비장애중심주의다. 이러한 과점은 장애를 손상된 몸을 가진 개인의 문제로 환원하고, 그 개인에게 기술적 지원이나 교정을 통해 장애를 제거할 것을 혹은 정상적인 기능을 회복할 것을 요구한다. 테크노에이블리즘의 관점에서 청각장애인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보청기나 인공 와우 혹은 청력 자체를 회복할 수 있는 의려적 시술이지, 수어통역이나 문자통역이 아니다.

 

P. 87 왜 휠체어를 위해 경사로를 설치하는 것보다 로봇 외골격이 더 주목과 찬사를 받을까? 이동 보조기기를 이용하는 것보다는 '걷는' 것이 더 정상성에 가깝게 여겨지기 때문이다.

Posted by 시고르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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