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신비로 애니동호회 윤영준님의 게시물>


1. Final flight of the Osiris(오시리스 최후의 비행)

두 남녀의 검무로 시작합니다. 웬지 에로틱한 느낌이 드는 칼질은 영원히 계속되는게 아닐까 싶지만, 경보가 울리고, 상황을 파악한 그들은 저마다의 행동에 들어갑니다. 그리고 시온을 구하기 위해서 마지막 비행을 시도하고, 종말을 맞습니다. 가상현실 속의 사랑을 즐기던 그들이지만, 현실 속의 동포들을 구하기 위해 장렬한 최후를 맞은 거죠. 스토리상에서 이 이야기가 중요한 것이 바로 여기서 자디우스와 주에가 보낸 소포가 다른 저항군들에게 도착하여 리로디드에서 저항군들이 집결하여 기계들의 침공을 막기 위한 작전에 들어가게 되죠. 테이프를 받은 것이 게임상의 주인공이자 리로디드의 조연인 니오베와 고스트입니다.

2. The Second Renaissance
인간의 퇴락과 기계에 대한 탄압, 갈등, 기계문명 Zero-One의 탄생, 전쟁, 그리고 기계의 인간 지배 등에 대한 역사이야기이며 시온의 네트에 접속하여 역사 기록을 열어본다는 설정의 이야기입니다. 기계들의 반란이 시작된 원인. 그러나, 결국 원인은 인간의 오만과 타락에 기원한다는 이야기입니다. 기계들은 끝까지 전쟁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공존을 제의하나, 오만한 인간들은 거절하고 이로 인해 처절한 응징을 당합니다. 전쟁에 이기기 위해 푸른 하늘을 먹구름으로 뒤덮고, 종교교양을 받고 약을 투여한 채로 미친듯이 싸워대는 인간들의 모습, 그리고 실험대상이 되고 동력원이 되는 그들의 모습에서 안타까움보단 당연한 결과라는 생각만이 들게 합니다. 그러나, 마지막에 재배캡슐에 갇힌 아이를 감싸는 여신의 모습은 웬지 모를 처연함이 느껴집니다. 감독인 마에다 마히로는 '청의 6호'의 감독이었는데 인간과 해양족의 대립을 담담하게 그렸던 사람답게 인간이 파멸하는 과정을 냉정하게 보여줍니다. 중간에 전투씬에 나온 'Super move'라는 곡은 영화 '스내치'에도 나왔던 유명한 곡입니다.

3. DETECTIVE STORY
전형적인 느와르물의 공식을 따르는 이야기입니다. 카우보이 비밥에서 와타나베 신이치로가 추구했던 스타일의 또 다른 형태랄까요? 과거의 탐정을 동경하는 주인공, 신원이 불분명한 의뢰인, 꺼림칙하지만 거액의 착수금 때문에 받아들이게 되는 의뢰, 미스테리한 정황증거, 의문의 미녀로 인해 맞게 되는 비참한 종말에 이르기까지... 심지어 녹색의 모노톤으로 채워진 화면이나 조용하게 눈이 오는 대도시나 주인공의 차림새, 주변물건들까지 정말 집요할 정도로 느와르 스타일을 추구합니다. 단, 매트릭스답게 모노톤이지만, 녹색으로 화면을 물들이고 있습니다. 유일한 칼라는 시작과 마지막의 지포 라이터 불꽃뿐이죠. 애쉬는 개인적으로 행복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뜻밖의 사건으로 종말을 맞지만, 그는 자신이 동경하던 탐정의 삶을 살았으니까요. 마지막 순간에도 자신의 스타일을 고수하는 애쉬. 그의 이름이 재라는 것도 우연은 아니겠지요.

4. PROGRAM
수병위인풍첩'과 '뱀파이어 헌터 d'로 유명한 스타일리스트 가와지리요시아키의 작품입니다. 가와지리답게 중성적인 주인공, 속도감있는 리미티드 액션, 특유의 광원효과가 매트릭스특유의 블릿타임액션과 함께 펼쳐집니다. 이전의 작품들보다 간결하면서도 굵은 그림체를 바탕으로 펼쳐지는 액션과 미국만화의 냄새가 느껴지는 디자인은 그의 연출력이 한층 성숙했음을 느끼게 합니다. 매트릭스를 나온 사람들이라면 한 번쯤 부딪히게 되는 문제, 사이퍼가 굴복했던 딜레마에서 갈등하는 시스와 듀오의 모습은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해줍니다. 중요한 것은 진실이 아니라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라는 듀오의 말은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어느정도 동조하게끔 하는 구석이 있습니다. 짜증나는 현실이 아닌 다른 세계를 선택하고자 하는 욕망은 누구나 약간씩은 가지고 있는 것이니까요.

5. Beyond
메모리스의 감독 중 한명인 모리모토 코지의 작품입니다. 일본의 어느 도시로 설정된 듯한 도시. 매트릭스의 프로그램 시티가 한 두 개가 아니라는 점을 시사하는 것이죠. 물론 여느 때처럼 요원의 모습이 이곳이 매트릭스의 일부라는 것을 보여줍니다. 작은 집, 그 안에서 펼쳐지는 사건들은 세상의 모든 법칙으로부터 벗어난 현상들뿐입니다. 세계의 질서로부터 한순간 벗어났던 아이들, 그리고 소녀는 어느 방에서 자신의 과거가 들려오는 것을 경험합니다. 세계의 진실이 보이려는 순간, '질서'는 그녀를 사정없이 잡아챕니다. 마지막에 자신의 피를 떨어뜨리며 공허해하는 소녀의 얼굴이 인상적입니다.

6. Matriculated(허가)
이언 플럭스로 유명한 재미교포 피터 정의 작품입니다. 특이하게도 센티넬을 길들이는 실험을 하는 이야기인데... 기계들이 매트릭스를 통해 인간들을 길들여왔다면, 이번엔 인간들이 기계들에게 다른 세상을 보여줘 인간과의 공존을 추구하게끔 하는 것입니다. 매트릭스 특유의 녹색조명과 자유의지, 현실감각에 대한 이야기도 섞여있죠. 디지털이 첨가된 작화가 개성적인 작품인데, 이 작품의 특이한 점 중 하나가 센티넬들이 지금까지의 이야기들과는 달리 곤충형태를 취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나오는 열쇠. 미래시대와 어울리지 않는 단순한 열쇠가 나오는데, 영화 리로디드에 보안해체전문가인 키메이커가 네오에게 넘겨주는 아이템이 '열쇠'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묘한 연결고리가 느껴지죠. 그리고, 색체의 표현이 놀랍습니다. 처음 네트로 들어간 센티넬은 금색의 방에서 금색의 몸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주변에 다양한 색으로 빛나는 인간들을 보죠. 인간들이 도망치자, 본능적으로 쫓아간 그는 인간들을 구경하려다, 금색의 껍질이 벗겨지죠. 그리고 붉은 색의 몸은 재조립을 통해 인간의 형태를 갖게 됩니다. 그 과정은 세컨드 르네상스에서 벌레들이 모여들어 인간의 신체를 형성하는 과정과 유사합니다. 그리고 자신의 몸위에 놓인 벌레(자신의 기계성을 상징하는 듯한)를 수조에 버리죠. 그리고 그 벌레가 방을 채우며 자신을 삼키려고 할 때, 웬지 모를 혐오감을 느낀 센티넬이 도망가려고 하다 삼켜지고, 그를 포획했던 여자가 나타나 구해주죠. 그녀가 인도한 공간은 편안한 조명으로 넘쳐납니다. 그리고, 센티넬의 눈은 더 이상 적색이 아닌 녹색을 띕니다. 전투가 끝난 후, 그는 여자를 쳐다봅니다. 처음 만났을 때처럼 스캐닝이 아닌,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빤히 보던 센티넬은 여자와 다시 접속하고, 그녀의 소멸을 봅니다. 아까와 달리 거부감을 보이며 소멸하는 여자. 기계와의 전투로 죽어가고 있었기 때문이었을까요? 혼자 남은 센티넬이 스스로를 인간이라고 생각하며 기지를 지키는 마지막 장면이 서글픕니다.

7. World record
가와지리의 후배이기도한 코이게 다카시의 작품입니다. 댄이 달리는 10초도 안돼는 순간, 머릿속으로 스쳐 지나가는 과거들. 특이한 것이 백인의 피부는 말 그대로 하얗게, 흑인은 갈색으로 표현한다는 것이죠. 그리고 중간에 그가 웨이터에게 차 키를 넘겨주는데...으잉? 키가 밋밋한 십자가네? 거기다 끝부분도 십자형태로 되어있는게 아니겠습니까? 그리고, 약간은 기괴한 데생의 신체가 땅을 박차고 풍압과 중력에 피부가 짓눌리며, 머리칼과 땀이 흩날리는 모습이 압도적으로 표현됩니다. 자신도 어째서 달리는지 모르면서 달리는 댄 데이비스. 그는 더 이상 무리하면 선수생활이 끝날 거라는 경고에도 불구하고 신기록을 깨기 위해 트랙에 섭니다. 자신의 한계를 다시 한 번 초월한 순간, 자신이 찾고자 했던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 겁니다. 근육이 파열되면서도 질주를 멈추지 않았던 순간, 그는 세계의 진실을 봅니다. 그리고, 자신을 구속하는 세계로부터 벗어나려는 순간, 새로운 주박이 그를 잡아챕니다. 그가 아무 것도 기억 못할 거라는 요원의 예상과는 달리 그는 자신이 진정으로 갈구하던 것을 외치며 다시 한 번 일어섭니다. 곧바로 주저앉게 되지만, 다시 한 번 자신을 붙잡는 한계와 세계로부터 해방되기 위해 일어섰던 그의 모습이 존경스러운 순간이었죠. 사족이지만 이번의 요원은 특이하게 가죽재킷을 입은 펑키한 스타일이더군요.

8. Kid's story
와타나베 신이치로의 두 번째 작품입니다. 질풍노도의 시기를 맞이한 소년, 자신의 정체성에 고민하는 사춘기 소년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포퍼. 그의 따분한 현실은 연필로 거칠게 데생한 언더 그라운드 풍의 그림체로 표현됩니다. 그리고, 다른 학생들과 달리 그의 캐비닛만이 하얀 색이죠. 자신의 방황이 일시적인 것이라고 얘기해 줄 사람을 찾던 그에게 구원의 손길을 내민 것은 바로 '그'였습니다. 한 때, '그'가 그랬던 것처럼 핸드폰을 통해 경고를 받고 건물 내를 뛰어다니던 소년은 옥상 위에서 스스로 뛰어내립니다. 추락하는 그는 오히려 구름 위로 날아오르는 듯 보입니다. 그리고, 장례식에서 그의 묘비를 보고 황당했던 게 소년의 풀네임이 '마이클 칼 포퍼'였다는 것입니다. 선생이 그의 이름을 불렀을 때, 어디서 들었다고 생각했는데... 인식론적 철학의 거두인 칼 포퍼 선생의 이름을 갖다 붙였다니... 이런 작명을 통한 퍼즐찾기도 매트릭스의 재미 중의 하나지요. 그러고 보니 1편의 배신자인 싸이퍼는 이름이 0라는 뜻이죠. 그리고, 그의 매트릭스 내의 이름이 레이건입니다. 모든 것을 잊고 유명배우로써 매트릭스에서 살겠다고 했던 그의 이름으로 참 어울리죠. 아마 '프로그램'의 듀오는 '둘'이라는 이름에서 그가 두 마음을 품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죠. 그리고, 마지막에 소년의 눈앞에 나타난 어디선가 많이 본 남녀. 표층프로그램만을 남기고 자신의 육체로 돌아가 자아를 찾은 걸 구해낸 겁니다. 놀라운 꼬마입니다. 네오도 못했던 일들을 해내다니... 혹시 네오가 후계자로 찍은 게 아닐지? 중간에 나온 주제가 'Who am I'가 소년의 심리를 대변해주죠. 그리고, 전화 목소리와 결말에 나온 남녀의 목소리는 역시나 키아누 리브스와 캐리 앤 모스입니다.

 

Posted by 시고르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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