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끝까지 간다'도 세월호 사건 때문에 제목이 바뀐 걸로 알고 있는데
본 작품도 '명량: 회오리 바다'에서 '명량'으로 제목이 바뀐 건 그 때문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영화적으로 각색되거나 사료가 채울 수 없는 부분에선 상상력으로 만들어진 장면도 많겠지만
명량해전이 벌어진 당일의 묘사는 최대한 사실적으로 표현하려 한 것같다.
특히 명량해전은 우리나라 영화사상 가장 스케일이 크고 압도적인 (영화라서 표현이 가능했던) 함대전투였던 것 같다.
장면들도 효율적으로 배치한 모습이다.
김한민 감독의 전작인 '최종병기 활'에서 처럼 이 영화에서도
조선의 활과 그것을 쏘는 사람에 대한 진한 경외심이 느껴지는 장면들이 종종 보였다.
정유재란이 배경인 탓에 '구선(거북선)'이 활약하는 장면이 나오지 않아 아쉬웠다.
하지만 일본의 주력선인 '세키부네'에 비교하여 크고 튼튼한 '판옥선'의 장점을 이용하여
'충파'로 구루지마의 배들을 농락할 때 한 노인이 말한 것처럼
그 자체가 구선을 이용하여 자주 펼치던 전법인것으로 보여 대리만족이 있었다.
어차피 크게 보면 판옥선이나 구선이나 상판의 모양만 다를 뿐 구조적으로는 거의 비슷한 배였고
영상에서도 내구성이 뛰어난 조선배들의 장점을 극대화한 전술을 운용했음을 알 수 있게 표현된 씬들이 많았다.
김훈 작가의 '칼의 노래'를 보면 좀 더 인간적인 고뇌가 느껴지는 심리묘사도 많고
입에 차마 담을 수 없는 참혹하고 극악스런 전쟁에 대한 묘사와 백성들의 삶이 그려지기도 하는데
그런 장면이 실제 스크린이 담아지기엔 너무 잔인하기도 하고
설사 찍었다 한들 편집이 되거나 지금처럼 '15세 관람가'는 택도 없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나름 괜찮게 보았던 '군도'가 초반기세를 살리지 못하고 입소문이 살지 못하면서 뒷심부족으로 힘겨워하는 차에
'명량'이 나타난 건 물에 빠진 사람의 머리를 누르는 격이 되고 말았는데 개인적으론 쌍끌이 흥행을 바라기도 했지만
현재 우리나라 관객들이 그걸 바라지는 않은 것 같다.
유일하게 두 영화 모두 출연하는 배우가 바로 '조진웅'이다.
'끝까지 간다'에서도 나오고 요즘 맹활약 중이다.
예전 올래TV에서 프로그램을 진행하던 권율 배우도 볼 수 있어 좋았는데
당시 이 영화를 찍고 있다고 이야기 한 적도 있었다.
어쩔 수 없는 남자들의 드라마라 여자라고는 진구의 상대역으로 나오던 '정씨여인'역의 이정현 뿐.
'명량'도 그렇고 바로 전에 보았던 '드래곤 길들이기 2'도 그렇고
리더가 된다는 건, 그들의 마음을 훔친다는 건 굉장히 어렵고
어떻게 보면 고독하고 쓸쓸한 자리이기도 해 보인다.
영화상에서 아들 이회(권율)가 어떻게 승리한 것으로 생각하냐고 여쭈니
"천행이었다"라고 대답하는 이순신(최민식). 천행을 그 시기에 나타난 회오리물살로 생각한 회가 다시 물으니
"물살이 바뀐 것도 그러하나 백성의 마음을 얻어 우리가 구해질 수 있던 것도 천행이다. 너는 어떻것이 천행이라고 생각하느냐?"고 반문한다.
명량 : 거기 없는 것을 말하지 말라.
('곰곰생각하는발'님의 리뷰)